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10692 판결
[구상금]
【판시사항】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선행사고 등으로 운행할 수 없게 된 자동차가 주행차로에 정지해 있는 사이에 뒤따라온 자동차에 의한 추돌사고가 발생하였는데, 선행차량 운전자에게 선행사고를 유발하거나 사고 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 경우, 위 과실을 후행 추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분담 범위 산정에 참작하여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참조조문】
민법 제393조, 제396조, 제750조, 제760조, 제763조, 도로교통법 제60조,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40조
【전 문】
【원고, 피상고인】 OO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피고, 상고인】 ㅁㅁ손해보험 주식회사
【원심판결】 부산고법 2011. 11. 17. 선고 (창원)2011나1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선행사고 등으로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되었음에도 자동차를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거나 관계 법령이 정한 고장자동차의 표지를 설치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주행차로에 정지해 있는 사이에 뒤따라온 자동차에 의한 추돌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선행차량 운전자에게 선행사고를 유발하거나 사고 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 그 과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후행 추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분담 범위를 정함에 있어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선행차량 운전자에게 선행사고의 ‘발생’에 대한 과실이 있다면 사고 후 안전조치 등을 취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거나 부상 등으로 그러한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다64925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2008. 12. 3. 06:30경 당시 약간의 비가 내린 뒤 낮은 기온으로 인해 도로면이 결빙되어 미끄러운 상태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 마산방면 18.2㎞ 지점을 운행하던 판시 10대의 차량들에 의해 적게는 1~2초, 많게는 수십 초 정도의 간격으로 발생한 판시 1차 사고 내지 8차 사고 등으로 이루어진 10중 연쇄 추돌사고인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실,
이 사건 교통사고로 판시 카렌스차량(5차량, 이하 ‘5차량’이라 하고, 나머지 차량들에 대해서도 원심이 붙인 번호로 특정한다)의 운전자 소외 1이 사망한 사실,
위 사고는 2차량이 노면의 결빙으로 미끄러지면서 중앙분리대를 충격한 후 1차로에 역방향으로 정지하자, 2차량을 뒤따르며 1차로를 진행하던 1차량이 2차량을 충격하고 정지한 1차 사고로부터 시작되었고,
2차 사고는 2차로를 진행하던 3차량이 1차량을 충격하고 정지한 사고이며,
3차 사고는 2차로를 진행하던 9차량이 3차량을 충격한 다음 갓길 옹벽을 충격하고 정지한 사고이고,
그 후 2차로를 진행하던 소외 1 운전의 5차량이 3차량을 충격한 후 1차로와 2차로에 걸쳐 정지한 4차 사고가 발생한 사실,
뒤이어 1차로를 진행하던 8차량이 5차량을 충격하는 5차 사고가,
1차로를 진행하던 10차량이 5차량을 충격하는 6차 사고가 각 발생하였고,
2차로를 진행하던 4차량이 미끄러져 1차로에 있던 1차량을 충격한 후 정지하는 7차 사고가 발생하였으며,
이어 1차로를 진행하던 6차량이 5차량을 충격하는 8차 사고가 발생하였고
마지막으로 7차량이 6차량을 충격하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
위 차량들 중 6차량과 8차량은 원고의 피보험차량이고, 10차량은 피고의 피보험차량인데, 원고가 소외 1의 상속인들에게 손해배상금으로 3억 9,000만 원을 지급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위와 같은 인정 사실에 의하면,
소외 1의 사망은 8차량, 10차량, 6차량의 각 운전자가 도로가 결빙된 상태에서 충분히 감속하지 아니하고 제동장치 및 조향장치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한 다음,
나아가 위 소외 1의 사망은 이 사건 교통사고에 관련된 판시 10대 차량의 운전자들 모두의 공동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된 것이므로 이들 차량 운전자들 각각의 과실비율을 정한 뒤 그에 따라 피고의 책임을 정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 중 판시 1차 사고의 선행 차량인 2차량의 운전자 소외 2는 이 사건 교통사고에 앞서 별개의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차로를 변경하면서 노면의 결빙으로 미끄러져 중앙분리대를 충격한 뒤 1차로 상에 정지하게 된 것이고, 연이어 1차 내지 8차 사고가 연쇄적으로 발생한 점, 이와 같이 연쇄적인 추돌사고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5차량을 기준으로 한 선행 차량인 2차량(원심판결의 ‘1차량’은 잘못된 기재로 보인다)의 운전자 소외 2, 1차량(원심판결의 ‘2차량’은 잘못된 기재로 보인다)의 운전자 소외 3, 3차량의 운전자 소외 4가 사고 직후 차량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거나, 도로교통법규가 정한 ‘고장 등 경우의 표지’를 설치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거나 이를 기대할 수 있었음에도 선행 차량의 운전자들이 이를 게을리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뚜렷한 증거는 없고, 안전조치를 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연이어 발생된 후속 추돌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한 점 등을 들어
5차량의 운전자 소외 1의 사망과 직접 관련된 차량은 8차량, 10차량, 6차량이고 그 외의 다른 차량이 소외 1의 사망과 어떠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 1의 사망과 직접 관련된 차량은 8차량, 10차량, 6차량이고 그 외의 다른 차량이 소외 1의 사망과 어떠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은 옳지 않다.
즉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밤에 고속도로상에서 발생한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5차량을 직접 추돌한 8차량, 10차량, 6차량이 사고지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선행사고를 낸 운전자들이 각자의 사고차량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거나 안전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던 중 판시 5차, 6차, 8차 사고가 발생하여 5차량이 추돌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 5차, 6차, 8차 사고 당시 선행사고로 정차되어 있던 차량의 운전자들에게 선행사고의 발생 자체에 대하여 과실이 있다고 인정된다면 설사 사고 후 안전조치 등을 취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거나 부상 등으로 그러한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하더라도 후속 5차, 6차, 8차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분담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그들의 과실까지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8차량, 10차량, 6차량 외에도 위 5차, 6차, 8차 사고에 앞선 선행사고의 발생에 대한 과실이 인정되는 차량을 가려낸 다음, 이들 차량 운전자들의 과실비율을 정하여 소외 1의 사망과 관련된 10차량 운전자의 과실비율에 따른 피고의 부담 범위를 정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의 부담 비율이 50%라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분담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있고, 이러한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임이 분명하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이에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김능환 이인복 박병대(주심)
(출처 :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10692 판결 [구상금] > 종합법률정보 판례)
<1번 전문>
대법원 2012. 8. 17. 선고 2010다28390 판결
[구상금]
【판시사항】
[1] 선행차량이 사고 등의 사유로 고속도로에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주행차로에 정지해 있는 사이에 뒤따라온 자동차에 의하여 연쇄추돌사고가 발생한 경우, 안전조치 미이행 또는 선행사고 발생 등으로 인한 정지와 후행 추돌사고 및 그로 인한 연쇄적인 사고들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때 선행차량 운전자의 과실이 후행사고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분담범위를 정할 때에 참작되어야 하는지 여부(적극)
[2] 공동불법행위의 성립에 공동불법행위자 상호 간 의사의 공통이나 공동의 인식이 필요한지 여부(소극)
[3] 갑이 고속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던 중 앞에서 서행하던 차량을 추돌하고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주행차로에 정차해 있는 사이에 뒤따라온 차량들에 의해 추돌사고가 연쇄적으로 발생하였는데, 그 중 을이 운전하던 차량이 다른 사고차량을 추돌하면서 앞선 사고차량에서 흘러나온 휘발유 등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한 사안에서, 갑이 을의 후행사고 및 화재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을 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원심판결에 상당인과관계와 공동불법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선행차량이 사고 등의 사유로 고속도로에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주행차로에 정지해 있는 사이에 뒤따라온 자동차에 의하여 추돌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정차 때문에 후행차량이 선행차량을 충돌하고 나아가 주변의 다른 차량이나 사람들을 충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선행차량 운전자가 정지 후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과실로 이를 게을리하였거나, 또는 정지 후 시간적 여유 부족이나 부상 등의 사유로 안전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정지가 선행차량 운전자의 과실로 발생된 사고로 인한 경우 등과 같이 그의 과실에 의하여 비롯된 것이라면, 안전조치 미이행 또는 선행사고의 발생 등으로 인한 정지와 후행 추돌사고 및 그로 인하여 연쇄적으로 발생된 사고들 사이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과관계가 있고,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에 선행차량 운전자의 과실은 후행사고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분담범위를 정할 때에 참작되어야 한다.
[2] 공동불법행위의 성립에는 공동불법행위자 상호 간 의사의 공통이나 공동의 인식이 필요하지 아니하고 객관적으로 각 행위에 관련공동성이 있으면 되며, 관련공동성 있는 행위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
[3] 갑이 고속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던 중 전방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탓에 앞에서 서행하던 차량을 추돌하였고, 사고 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주행차로에 정차해 있는 사이에 뒤따라온 차량들에 의해 추돌사고가 연쇄적으로 발생하였는데, 그 중 을이 운전하던 차량이 다른 사고차량을 추돌하면서 앞선 사고차량에서 흘러나온 휘발유 등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한 사안에서, 선행사고 후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갑의 과실과 전방주시의무·안전거리 유지의무 등을 게을리하여 후행사고를 일으킨 을의 과실 등이 경합하여 화재가 발생하였고, 선행사고와 후행사고는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여 발생한 일련의 연쇄추돌 사고 중 일부로서 객관적으로 행위에 관련공동성이 있으므로 갑과 을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화재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연대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임에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상당인과관계와 공동불법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구 도로교통법(2006. 7. 19. 법률 제79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4조, 제66조,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2006. 10. 19. 행정자치부령 제3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0조 [2] 민법 제760조 [3] 민법 제760조, 구 도로교통법(2006. 7. 19. 법률 제79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4조, 제66조,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2006. 10. 19. 행정자치부령 제3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0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다64925 판결(공2010상, 117)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10692 판결
[2] 대법원 1988. 4. 12. 선고 87다카2951 판결(공1988, 842)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8다22481 판결
【전 문】
【원고, 상고인】 OO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피고, 피상고인】 ㅁㅁ손해보험 주식회사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0. 2. 19. 선고 2009나9998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나서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사실심인 원심의 자유심증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탓하는 취지의 것에 불과하고, 경찰이 작성한 각 교통사고사실확인원 및 교통사고보고 등을 증거로 채용하여 이 사건 각 사고의 시각과 이 사건 화재의 원인을 인정한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상고이유 제2, 3점에 관하여
가. 구 도로교통법(2006. 7. 19. 법률 제796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4조에 의하면 고속도로에서 정차 또는 주차할 수 있도록 안전표지를 설치한 곳이나 정류장에서 정차 또는 주차시키는 경우( 제2호), 고장이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길 가장자리 구역(갓길을 포함한다)에 정차 또는 주차하는 경우( 제3호), 교통이 밀리거나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움직일 수 없는 때에 고속도로의 차로에 일시 정차 또는 주차시키는 경우( 제7호)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차를 정차 또는 주차하여서는 아니 되고,
구 도로교통법 제66조, 구 도로교통법 시행규칙(2006. 10. 19. 행정자치부령 제35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0조에 의하면 자동차의 운전자는 고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정하는 ‘고장자동차의 표지’를 그 자동차로부터 100m 이상의 뒤쪽 도로 상에 설치하여야 하며, 그 자동차를 고속도로 외의 곳으로 이동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이하 ‘안전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6873 판결, 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8다17359 판결 등 참조).
선행차량이 사고 등의 사유로 고속도로에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주행차로에 정지해 있는 사이에 뒤따라온 자동차에 의하여 추돌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정차로 인하여 후행차량이 선행차량을 충돌하고 나아가 그 주변의 다른 차량이나 사람들을 충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므로,
선행차량 운전자가 정지 후 안전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과실로 이를 게을리하였거나, 또는 정지 후 시간적 여유 부족이나 부상 등의 사유로 안전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정지가 선행차량 운전자의 과실로 발생된 선행사고로 인한 경우 등과 같이 그의 과실에 의하여 비롯된 것이라면,
그 안전조치 미이행 또는 선행사고의 발생 등으로 인한 정지와 후행 추돌사고 및 그로 인하여 연쇄적으로 발생된 사고들 사이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며,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에 선행차량 운전자의 과실은 후행사고들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분담범위를 정할 때에 참작되어야 한다( 대법원 2009. 12. 10. 선고 2009다64925 판결,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110692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① 소외 1은 2006. 10. 3. 07:40경 (차량번호 1 생략) 25톤 트럭(이하 ‘피고 차량’이라 한다)을 운전하여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목포 기점 279.8㎞ 부근 서해대교 편도 3차로 도로 중 3차로를 송악 방면에서 서평택IC 방면으로 진행하던 중 당시 안개가 짙게 끼어 전방의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탓에 앞에서 서행하던 소외 2 운전의 (차량번호 2 생략) 1톤 트럭을 추돌(이하 ‘이 사건 선행사고’라 한다)한 후, 피고 차량을 2차로에 정차시켜 둔 채 ‘고장자동차의 표지’를 설치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지는 않은 사실,
② 소외 3는 (차량번호 3 생략) 이스타나 승합차에 10명을 태우고 피고 차량을 뒤따라가던 중 같은 날 07:41경 피고 차량을 추돌하였고, 소외 4, 5 등 이스타나 승합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승합차에서 내려 도로 우측 갓길로 대피한 사실,
③ 위 승합차를 뒤따라오던 소외 6 운전의 (차량번호 4 생략) 소나타Ⅲ 차량은 위 사고를 미리 목격하고 2차로에 정차하였는데, 바로 뒤이어 소외 7이 같은 날 07:43경 (차량번호 5 생략) EF소나타 택시로 위 소나타Ⅲ 차량을 추돌한 사실,
④ 그 뒤로 소외 8 운전의 (차량번호 6 생략) 소나타Ⅲ 차량과 소외 9 운전의 (차량번호 7 생략) 엑셀 차량이 연쇄적으로 추돌사고를 일으키고, 위 소외 8 운전의 차량에서 하차하여 1차로 쪽으로 피해 있던 소외 10으로 인하여 1차로에서 소외 11 운전의 (차량번호 8 생략) 카캐리어 트랙터와 소외 12 운전의 (차량번호 9 생략) 고속버스의 추돌사고가 발생한 사실,
⑤ 한편 소외 13은 (차량번호 10 생략) 탱크로리 차량으로 앞선 사고를 목격하고 3차로에 정차해 있던 소외 14 운전의 (차량번호 11 생략) 1톤 트럭을 추돌하였고, 그 충격으로 위 1톤 트럭은 갓길로 밀려나 정차하였으며, 위 탱크로리 차량은 갓길과 3차로에 걸쳐 정차한 사실,
⑥ 소외 15는 같은 날 07:49경 (차량번호 12 생략) 25톤 트럭으로 위 소외 9 운전의 엑셀 차량을 추돌하였고, 그 충격으로 전방의 차량들이 모두 앞으로 밀리면서 연쇄적으로 추돌한 사실,
⑦ 소외 16은 같은 날 07:53경 (차량번호 13 생략) 카고 트럭(이하 ‘원고 차량’이라 한다)을 운전하여 2차로를 진행하다가 소외 13 운전의 위 탱크로리 차량의 왼쪽 뒷부분을 원고 차량의 오른쪽 앞부분으로 추돌(이하 ‘이 사건 후행사고’라 한다)한 사실,
⑧ 그 충격에 의해 밖으로 돌출된 원고 차량의 엔진 및 프레임 부분이 위 탱크로리 차량과 접촉하면서 불꽃이 발생하여 앞선 사고차량들에서 흘러나온 휘발유 등에 불이 붙어 화재(이하 ‘이 사건 화재’라 한다)가 발생한 사실,
⑨ 위와 같이 도로 우측 갓길로 대피한 위 소외 4, 5는 위 소외 15 운전의 25톤 트럭이 일으킨 사고의 충격으로 앞으로 밀려난 위 소외 6 운전의 소나타Ⅲ 차량과 위 소외 14 운전의 1톤 트럭에 의해 갓길에 갇혀 이 사건 화재를 피하지 못하고 질식 또는 화상으로 사망하였고, 위 소외 9 운전의 엑셀 차량에 의해 추돌을 당한 후 차에서 내려 도로 위에 있던 소외 8은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질식으로 사망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 차량의 운전자인 소외 1은 전방주시의무 위반 등의 과실로 이 사건 연쇄추돌 사고의 최초의 원인이 된 이 사건 선행사고를 일으켰고,
사고 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주행차로에 정지해 있는 사이에 뒤따라온 차량들에 의해 후행 추돌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설사 소외 1이 사고 후 안전조치 등을 취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후행 추돌사고에 대하여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 후 연쇄적인 후행 추돌사고가 발생하여 이 사건 화재에까지 이르렀고, 소외 1로서는 당시 안개가 짙게 낀 서해안고속도로를 운행하는 후행차량들이 2차로에 정차한 피고 차량을 추돌하고 나아가 그 주변의 다른 차량이나 사람들을 추돌할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소외 1의 위와 같은 과실과 연쇄적인 후행 추돌사고 및 그로 인한 이 사건 화재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도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비록 소외 6이 운전하는 차량이 이 사건 선행사고를 발견하고 정차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후의 추돌사고들이 발생한 데에는 소외 6이 고속도로 2차로에 정차한 것이 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고,
소외 6으로서는 소외 1 등의 차량이 이 사건 선행사고 후 주행차로에 정지해 있는 탓에 부득이하게 고속도로 위에 정차할 수밖에 없었고 정차한 직후에 후행 차량이 소외 6의 차량을 추돌하였기에 안전조치 등을 취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던 이상, 소외 6의 위 정차나 안전조치를 취할 수 없었던 사정은 이 사건 선행사고에 의하여 비롯된 것으로서, 그 후의 추돌사고들에 관하여 소외 6의 과실이 부정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그로 인하여 소외 1의 위 과실과 소외 6의 정차 이후에 발생된 연쇄적인 후행 추돌사고 및 이 사건 화재 사이의 인과관계가 단절된다고 볼 수는 없고, 위 소외 14의 정차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평가할 수 있다.
나. 공동불법행위의 성립에는 공동불법행위자 상호 간에 의사의 공통이나 공동의 인식이 필요하지 아니하고 객관적으로 각 그 행위에 관련공동성이 있으면 되며, 그 관련공동성 있는 행위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그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 대법원 1988. 4. 12. 선고 87다카2951 판결, 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8다22481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화재는 이 사건 선행사고를 일으키고 사고 후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은 피고 차량 운전자인 소외 1의 과실과 전방주시의무와 안전거리 유지의무 등을 게을리하여 이 사건 후행사고를 일으킨 원고 차량 운전자인 소외 16의 과실 등이 경합하여 발생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선행사고와 이 사건 후행사고는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근접하여 발생한 일련의 연쇄추돌 사고 중의 일부로서, 객관적으로 보아 그 행위에 관련공동성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소외 1과 소외 16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연대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소외 1이 이 사건 선행사고 및 그 직후의 추돌사고의 발생에 기여한 잘못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소외 6 및 소외 14가 이 사건 선행사고 이후 앞선 사고들을 목격하고 정차하였는데도 뒤이은 차량의 운전자들의 잘못으로 추돌사고가 계속 발생하여 이 사건 후행사고에 이르게 된 점 등 판시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선행사고와 이 사건 후행사고 및 화재 사이에는 그 발생시간이나 발생장소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객관적으로 볼 때 시간적·장소적으로 관련공동성이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소외 1이 이 사건 후행사고 및 화재에 대해서까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을 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당인과관계와 공동불법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이상훈 김용덕(주심)
(출처 : 대법원 2012. 8. 17. 선고 2010다28390 판결 [구상금] > 종합법률정보 판례)